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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N잡러’로 살아남는 법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한 곳에서 한 분야에 깊이 몰입해 전문가가 되어라." 이 공식은 오랫동안 성공의 정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술적·사회적·문화적 대전환 속에서 이 정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한 가지 역할이나 정체성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특히 이직의 유연화가 진행되면서 N잡러·프리랜서·솔로프리너(Solo와 기업가라는 Entrepreneur의 합성어로 1인 기업가를 뜻함)가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경력 관리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퍼스널 브랜딩이 있다.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5.3%가 커리어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68.8%는 이를 실천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이직을 할 때 ▲포트폴리오 작성 ▲개인 성장 기록 ▲1인 브랜드 구축 등과 같은 실질적인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42.5%가 부업이나 N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변화는 개인의 전문성이 회사 내부를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서 발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경험의 가치와 전문성의 확장나는 마케팅과 브랜딩 전문가로서 지난 15년간 대기업·글로벌 기업·스타트업 등 총 7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이는 더 다양한 산업과 환경을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선택이다. 이직을 통해 배운 게 많다. 대기업의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시장의 구조와 전략적 사고를 배웠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문화적 다양성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익힐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서는 민첩성과 창의성, 그리고 자원 부족 속에서도 성과를 창출하는 실행력을 키웠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나의 ‘퍼스널 브랜딩’의 기초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서 포기하지 않고 했던 활동이 밴드다. 보컬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기존의 강연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스피커라는 고유성까지 얻을 수 있었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이직에 대한 도전과 밴드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나만의 고유한 ‘퍼스널 브랜딩’의 기초가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케팅 및 경영 컨퍼런스에서 전문가 강연을 하며, 최고의 기업과 단체를 상대로 브랜드 강연 및 워크샵을 진행했다. 업계 최고라고 불리우는 교육 플랫폼과 마케팅 강의를 촬영하며, 단행본 출간 계약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퍼스널 브랜딩…새로운 시대의 필수 역량한국은 이제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고, 과거 생존 중심의 경제적 니즈를 넘어 자아 실현과 개인의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한한 기회 속에서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시대에서 개인의 전문성은 더 이상 회사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은 자기 스스로가 미디어 (Owned media)가 되고, 그것을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성공적인 MZ세대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단순한 자기 홍보를 넘어 각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독특한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시대의 개인은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어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 일자리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고용 시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노동자의 약 30%가 AI와 자동화로 인해 직업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많은 중간층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AI가 역설적으로 1인 기업가와 프리워커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은 개인의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과거 여러 명이 해야 했던 일을 혼자서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그리고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1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은 이제 자연스러운 경력 관리의 일부가 됐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직장인들은 더 나은 성장 기회와 ‘워라밸’을 찾아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은 회사와의 관계를 단순한 소속감이나 충성심이 아닌 철저한 거래 관계로 인식한다. 회사가 제공하는 성장 기회와 가치를 자신이 투자하는 시간과 역량의 대가로 평가한다. 이러한 이직 유연성의 확대는 ▲경력 개발의 다변화 ▲산업 구조의 빠른 변화 그리고 원격 근무와 같은 ▲유연한 근무 환경의 확대에서 비롯된다. 결과적으로 MZ세대는 더 이상 한 회사에서의 안정성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지속적인 성장 기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한 직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직업이나 활동을 병행하는 N잡러로 전환하고 있다. MZ세대의 68%가 2년 내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45%는 부업이나 프리랜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용 불안의 시대…퍼스널 브랜딩은 필수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경제의 발전은 솔로프리너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초기 자본 없이도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확대됐고, 이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경력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나 역시 강연·강의·컨설팅·코칭을 병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얻고 있고, 이것을 하나의 전문성으로 결합했다. 이는 내가 가진 독특한 경험들이 만든 차별화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고용 안정성이 약화된 시대에서 퍼스널 브랜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개인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통해 경제적 자립과 커리어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지속적인 학습 ▲네트워크 확장 ▲자신만의 콘텐츠를 체계화해 브랜드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퍼스널 브랜딩을 하려면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직무나 스킬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과 문제 해결 방식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전문가라도 'AI 시대의 브랜드 혁신 전략가'와 같이 구체적인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그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해야 한다. 과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기업들은 새로운 형태의 직원 로열티를 구축해야 한다.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직원들의 개인 브랜드 성장을 돕는 것이 오히려 더 강력한 로열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직원들의 N잡과 부업을 제한하기보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회사의 혁신 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직원들의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거나, 다양한 산업의 인사이트를 내부로 가져올 수 있다. 이는 회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 IT기업은 직원들의 외부 강연과 저술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사내에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의 새로운 리텐션 전략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먼저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철학이 필요하다. 직원들의 외부 활동을 통해 얻는 경험과 네트워크는 결국 기업의 자산이 된다. 내가 컨설팅했던 기업들 중 직원들의 개인 브랜딩을 지원하는 회사들이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했다. 기업은 임직원의 경력 개발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 수직적 승진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전문 분야 확장 ▲외부 활동 기회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도 다양한 성장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글로벌 기업은 '내부 프리랜서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이 다른 부서의 프로젝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이직률을 낮출 수 있었다. 또한 기업은 새로운 교육과 개발 계획을 도입해야 한다. 원론적인 교육을 넘어 본질과 현상을 동시에 다루는 미래 지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인재 육성 전략을 혁신해야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인재 생태계' 구축이다. 정규직 외에도 프리랜서, 파트타임, 프로젝트 기반 협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인재들과 유연하게 협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오히려 이러한 유연한 협업 모델이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마지막으로 미래 지향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싶은 기업은 '평생 직원'이 아닌 '평생 파트너'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전직 직원들과 네트워크를 적극 관리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결론적으로 이직의 유연화, N잡, 솔로프리너 퍼스널 브랜딩 시대의 직원 로열티는 통제가 아닌 자율성에서, 제한이 아닌 지원에서 나온다. 직원들의 다양한 활동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기업만이 진정한 의미의 직원 로열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직률 관리 그 이상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위한 필수 미래 전략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케팅 전문가이자 브랜드 전략가다. 이케아 코리아·카카오 모빌리티·쿠팡· GM한국사업장·인생네컷 등 다양한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및 브랜드 디렉터로 근무하며 브랜드 성장과 혁신을 이끌었다. 현재는 강연과 워크숍·컨설팅·리더십 코칭 등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25년차 하드코어 펑크 밴드 '더 긱스'의 보컬이자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다.

2025.02.03 06:00

7분 소요
주춤했던 여행업계 '훈風' 부는 이유

여행

주춤했던 여행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엔데믹 이후 하늘길이 열리면서 급증했던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지난해 대내외적 요인들로 인해 잠시 위축됐으나, 빠른 회복세에 따른 호조가 기대된다는 전망이다.음악과 드라마, 뷰티, 패션, 음식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방한 관광객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24년 1~11월 누적 방한객은 151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로는 94% 수준까지 회복한 셈이다.멤버십 기반 글로벌 숙소 원가예약 플랫폼 올마이투어닷컴의 예약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동절기(2024년 12월 1일~2025년 2월 28일 투숙 기준) 방한 관광객들의 숙소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예약 비중은 서울(84%)이 1위를 차지했으며, 한류의 중심인 명동이 위치한 중구 소재 숙소 예약률(56%)이 특히 높았다.올해 정부는 여러 변수로 위축된 방한 심리를 신속하게 전환해, 2019년 1750만명이던 방한 관광객을 185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앞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침체와 고환율 기조에도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꺾이지 않은 바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24년 국제선 여객수는 8930만886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다 여행객 수를 기록했던 2019년의 98.2%에 해당하는 수치로 올해 역대 최다 해외여행객 달성 가능성도 엿보인다.특히 이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자 여행업계는 더욱 분주해졌다. 설 연휴가 6일로 늘어나면서 숙박 플랫폼을 통한 국내 및 해외 숙소 예약률도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실제로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이 나온 1월 8일을 기준으로 올마이투어닷컴의 전후 7일 간 숙소 상품 예약률을 비교한 결과, 설 연휴 기간(1월 25일~30일) 숙소 예약률은 국내 숙소가 약 82%, 해외 숙소가 약 168% 증가했다. 오는 10월에도 추석을 낀 ‘황금연휴’가 최대 10일까지 가능한 만큼 여행업계 훈풍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5.01.30 11:01

2분 소요
'통상임금' 두고 11년 만에 대법원 판결 바뀐 이유[공정훈의 공정노무]

전문가 칼럼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는 대법관 전원일치로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른바 ▲재직자 조건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반적인 근로자나 사업주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통상임금의 의의와 기능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재직자 조건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통상임금의 의의와 기능은?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ㆍ사간에 근무하기로 약정한 소정근로시간만 근로해도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 지급하거나 일정 기준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이라고 한다.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사용 연차수당, 해고예고수당, 휴업수당 등 각 종 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 임금으로 기능하므로 통상임금 변동은 노ㆍ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이와 관련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예를 들어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과 같이 ‘지급일 당시에 재직하고 있어야 상여금을 지급한다’ 와 같은 추가 조건이 부가되어 있으면 해당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전에 근로하였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상여금을 지급하는 날에만 근무하면 지급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조건부 상여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 근무일수를 채워야 하는 이른바 ▲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의 경우에도 통상임금으로 산정되는 연장근로를 제공하기 이전에 그 근무 일수 충족 여부가 미리 확정되지 않으므로 연장근로수당 산정 기준인 통상임금이 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19일 변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와 같은 조건부 상여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즉,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상관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의 경우 소정근로를 제공하였음에도 지급일 당시에 재직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소정근로 대가성과 통상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그 조건이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추가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결국 성과와 관련 없는 추가 조건을 통해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임금은 앞으로 소정근로만 하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취지이다. 다만 근로자의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정근로를 제공하고 추가적으로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결과를 달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로 근로자는 그 동안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았던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앞으로는 통상임금에 포함되므로 통상임금으로 산정되는 각 종 수당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사용자에게는 추가되는 인건비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는 수많은 근로자가 있으므로 인건비 부담 측면에서 기업에게 미칠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다. 변경된 대법원 판례도 이와 같은 파장을 의식하여 “변경되는 판례에 대한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새로운 판례의 소급적 관철 필요성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통상임금 판단에 관한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사업주들의 면밀한 노무관리가 더욱 필요해진 시점이다.공정훈 노무법인 수 서울(광명)지사 대표 노무사(cpla1220@다음)

2025.01.28 09:50

3분 소요
“공자도 일반 사람, 그는 신이 아니다” [CEO의 서재]

유통

공자는 춘추시대 유학자다. 그는 동양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유학(유교)의 창시자로 불리는 공자는 30대부터 수많은 제자를 양성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는 ‘성인’(지혜와 덕이 매우 우수해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 불린다.최승용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장은 요즘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책으로 공자의 ‘논어’를 꼽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논어를 처음 접하게 됐다는 최 지사장은 “사람들은 유교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거나 종교가 아니냐고 말한다”며 “논어는 성리학 등으로 이뤄져 내려온 학문이며,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이야기를 묶어놓은 책”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공자는 자기 수양을 통해 성인의 수준까지 도달한 사람이지, 그 사람 자체가 신은 아니다”라며 “공자 역시 우리와 똑같은 일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논어의 핵심 메시지는 ‘자기 수양’이라고 한다. 최 지사장은 “논어라는 책의 핵심은 사람을 사랑하고,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仁)을 실천하기 위해 자기 수양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공자는 제자들에게 줄곧 본인은 성인이 아니며, 성인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최 지사장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꼭 논어를 읽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CEO들이 직원들을 질책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그는 “보통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상사는 직원들을 향해 꼰대처럼 ‘너희 왜 그러냐?’라고 말한다”며 “그런데 논어를 읽으면서 ‘혹시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A라는 친구는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 내가 지원을 제대로 못 해준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을 먼저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남보다 나를 먼저 돌아보는 행위는 직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최 지사장은 “남이 아닌 저를 먼저 바라보게 되면서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다”며 “직원들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개선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들이 보인다”고 덧붙였다.최 지사장은 “자기 수양이 가장 최우선이며, 가정을 깨끗하게 하고, 그다음에 국민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며 “본인 스스로 수양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5.01.26 10:00

2분 소요
세계 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로 나온 책]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탄 우리에게는 방향키가 필요하다.’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경기 침체 장기화와 환율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국내외 경제를 옥죄고 있다.올해 1월에는 미국의 도널트 트럼프 2기 정부도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바 있다. 전 세계가 총성 없는 무역 전쟁을 염려하고 있다. 트럼플레이션(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초래하는 물가상승) 등의 우려도 나온다.이 책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생겨나 변화해 왔는지, 지리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대항해시대부터 탈냉전시대까지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가 등장한다. 최근 지리학계에서 주목하는 ‘다중스케일적 접근’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전방위적으로 훑어보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를 바꿔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특히 저자는 이런 역사가 상업자본주의에서 산업자본주의로, 또 수정자본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변신을 거듭해 온 자본주의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외형상으로는 성장을 이어가지만 다중스케일적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는 이 시스템이 결국은 세계 경제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저자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어디에서 어디로, 왜 이동했는지 파악하면 자연스럽게 경제패권의 다음 방향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동민 / 1만9500원 / 288쪽 △부자들의 서재‘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들의 생각을 훔쳐야 한다.’성공한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만의 공식과 원칙을 세상에 나누고 싶어 한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스스로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아낌없이 이야기한다.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공 공식을 전하는데, 그중 가장 접하기 쉬운 것이 바로 책이다. 저자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인 스스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저자는 부자들이 쓴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더 읽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고,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도 오디오북으로 그들의 음성을 들었다. 그렇게 매년 100권의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를 독파하자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저자는 그렇게 평범한 청년에서 억대 자산가로 거듭났다. 저자는 우리의 성공 확률은 0이 아니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더하고 곱하면 성공의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고 강조한다.리치파카(강연주) / 2만2000원 /356쪽 △작은 브랜드는 행동경제학이 답이다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진다. 상대적으로 작은 브랜드는 적은 돈과 시간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마케팅과 행동경제학이론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그는 시작이 미약했으나 커다란 성공을 거둔 작은 브랜드를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전략적 요소를 다수 발견했다. 의도적으로 행동경제학을 적용한 것이 아니더라도 특히 남들과 다르게, 한발 빨리, 효율적으로 움직인 브랜드들에는 행동경제학적 성공 전략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시장을 선도하고 싶은 작은 브랜드가 참고하고 활용하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저자는 손실 회피·프레이밍 효과·휴리스틱 등 ‘행동경제학’을 통해 다소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선택과 결정을 들여다볼 때 소비자의 감정과 무의식에서 실마리를 발견하고 가치와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딩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전한다.곽준식 / 1만9500원 / 284쪽 △리더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리더가 무너지면 조직도 무너진다.”리더들은 정해진 길이 사라진 시대에 매순간 ‘최고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들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리더들은 ‘워라밸’을 외치는 팀원과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하는 조직 사이에서, 기업의 존폐가 걸린 의사결정 앞에서, 안주하고픈 본능과 성공을 향한 혁신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시대에 리더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 저자는 리더가 마주한 근본적인 질문들에 명쾌한 통찰을 제시한다. 금융감독원에서 시작해 두산그룹·포스코·현대차그룹까지 임원 생활 7년을 포함해 24년간의 치열했던 현장 경험과 1만여 명의 리더 코칭 경험을 가진 저자는 책 속에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낸 리더십의 구체적인 해법을 담았다.문성후 / 1만9000원 / 248쪽

2025.01.26 09:00

3분 소요
속도의 역설…빠른 열차·멀어진 역[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정책이슈

최근 개통된 GTX-A 노선은 수도권의 교통체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초고속 광역철도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열차 이동 시간 이외에 소요되는 역까지의 접근성, 환승저항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파주 운정에서 강남 삼성역까지 20분대에 도착하는데 열차를 타기 위한 전후 활동의 시간들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심도 철도의 접근과 환승 저항 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대심도 철도의 접근 저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역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적, 물리적 노력과 심리적 부담)은 평균 차내 시간의 5.18배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하니 예견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환승 저항(한 교통수단에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때 발생하는 불편함과 부담)도 차내시간의 1.01배 정도이니 접근과 환승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최첨단의 고속철도는 그저 ‘빛좋은 개살구’에 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 철도는 자동차와는 달리 문전 서비스(door to door)가 어렵기 때문에 출발지에서 역까지의 접근성과 다른 철도노선과의 환승 편의성이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속도 향상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건설기간 단축과 토지보상비를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심도 지하공간에 건설되고 있다. 따라서 접근 저항(집에서 역까지, 역입구에서 개찰구를 거처 탑승플랫폼까지)이 해결되지 않으면 원래의 의도와 목표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치나 정책 일선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 앞에 (고속)철도 역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원래 철도나 도로의 노선은 자연 지형과 공사 여건, 비용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한 최적의 노선으로 결정해야 하지만 이런 주민들의 요구로 종종 우회·연장되기도 한다. 나 역시 모든 사람이 집 앞에 역을 만들어 달라는 주장을 ‘지역이기주의’로 평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생각이 달라졌다. 이는 주요 교통수단으로의 접근성 개선에 게으른 정치가 만들어낸 ‘절규’다. 경기도는 이제 인구 1400만 명에 근접하며 거대해지고 있지만 곳곳이 대중교통에서 소외된 ‘교통섬’이 되고 있다. 철도, 버스든 뭐라도 연결해달라는 “뭐라도 마을”로 명명되는 곳들 역시 적지 않다. 이들의 외침은 절규에 가깝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거점역과 연결해주지 않으니 내 집 앞으로 철도노선을 끌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인터모달리즘(Intermodalism) 원칙교통공학·교통계획을 다루는 교과서에서는 교통계획을 수립할 때 인터모달리즘 추구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인터모달리즘이란 다양한 교통수단(도로·철도·해운·항공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화물이나 사람을 중단 없이 이동시키는 통합 교통 운영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교통수단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절감 ▲시간단축 ▲안전성 향상 등을 목표로 하며 나아가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운송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철도정책에서는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철도를 처음 건설할때부터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장기 교통계획을 수립한다. 문제는 특별법(택지개발특별법 등)으로 그때 그때 수립되는 대규모 주택단지개발이다. 당초 계획에 없던 대규모 주택단지가 개발 되면 철도나 교통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또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로 야기되는 교통문제에 대한 대책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집부터 짓고 교통문제는 나중이다. 과거 나라살림이 팍팍했을 때에는 택지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으로 교통시설투자를 했으니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교통시설 확보는 늘 후순위다. 집부터 짓고 보자는 식이다.3기 신도시가 계획되면서 GTX 역이 추가됐다. 고속열차는 안전성 확보와 속도 유지를 위해 직선화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신도시 개발이 발표될 때마다 노선이 추가되고 우회하느라 당초 직선화 노선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GTX 건설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개통이 되면 환승시설이나 시스템은 그때부터 마련한다고 분주하다. 기나긴 건설 기간에 과연 일선 행정부나 정치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싶다.복합환승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역세권 개발 시급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지하철 역사에도 엘리베이터 탑승 수요가 늘어났다. 지상 역입구에는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공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철도의 속도뿐만 아니라 철도이용을 위한 접근 속도와 편리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엘리베이터는 협소하고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여전히 느리다. 신도림역이나 대곡역의 경우 여러 지하철 노선이 정차하는 환승역인데도 불구하고 역사와 플랫폼 공간이 비좁다. 이는 이용자를 불편하게 하고 안전까지도 위협한다. 이제 철도정책은 새로운 노선보다 기존 노선의 효율성을 높이고 접근성과 환승 저항을 낮추는 운영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역사를 스마트하게 바꾸는 ‘역사 재건축’이 필요하다. 여기서 역사 재건축이란 단지 낡은 역을 넓히고 새로 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를 재건축한다는 것은 기존 승객의 이동 패턴을 분석해서 동선을 단순·최적화해 혼잡을 줄이는 설계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시대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할 수 있다. 역내 혼잡도를 관리하고 승객들에게 최적의 동선을 제안하는 스마트역 시스템의 구축도 포함된다. 특히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여는 GTX개통에 맞춰 GTX의 거점역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개통되는 GTX는 개통되자마자 30분 출퇴근시대를 바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GTX-A 노선의 삼성역 개통이 늦어진 것 매우 아쉽지만 스마트역으로의 준비를 위한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바로 준비해야 한다.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2025.01.26 07:00

4분 소요
‘스무고개 놀이’처럼 나오는 ‘트럼프 관세’…한국 공격 배제 못해[특파원리포트]

국제 이슈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여전히 가늠할 수 없다. 당분간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미국 뉴욕의 국내 대기업 해외법인 관계자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대해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은 1기 행정부를 겪으며 그의 스타일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첫날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 행정명령은 일반적으로 집무실에서 서명하는 것이 관례지만, 그는 예상과 달리 지지자들로 가득 찬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퍼레이드에서 1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려졌던 행정조치 78건을 한꺼번에 철회하며 강렬한 ‘쇼맨십’을 발휘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역시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스무고개 놀이’처럼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취임사에는 비교적 온건한 무역정책 그림이 담겼다.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 시스템의 개편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하기 위해 우리 시민에 과세하는 대신, 우리 시민을 부유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세금을 매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우리는 모든 관세, 의무, 수입을 징수하기 위해 대외세입청을 설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이민과 마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5%의 관세를, 중국 역시 펜타닐 수출 차단책을 내놓지 않으면 취임 당일 10%의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경고했는데 이같은 내용이 빠졌다. 이에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전환했다고 해석하며 안도했다.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추가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2월 1일쯤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는 다시 관세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트럼프는 중국 관세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협상을 염두에 두고 말을 아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하루 만에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하루 뒤인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중국 관세부과 시점과 관련해 “아마도 2월 1일”이라고 밝혔다. 당초 밝힌 대로 멕시코, 캐나다 외 중국에게도 신규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관세 플랜을 제시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하나둘씩 던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문제는 트럼프의 이런 움직임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캐나다, 멕시코, 중국 관세는 그가 줄곧 주장하는 불공정 무역에 대한 관세 조치가 아니다. 이는 경제문제도 아닌 정치·외교적 문제다. ‘관세맨’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에서 관세를 무역 불균형 해소 수단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외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4월1일 이후 무역전쟁 몰아칠 듯…USMCA 개정 우선순위 본격적인 무역전쟁은 4월 1일 이후 가시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에는 재무부‧상무부‧무역대표부(USTR)가 4월1일까지 무역파트너 국가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검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권고하도록 기술돼 있다. 즉, 향후 2~3개월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본격적인 관세 및 무역 전략을 수립할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USTR대표 지명자의 청문회 및 인준 시간을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연방정부 직원들을 총동원해 전 세계를 뒤흔들 관세 및 무역정책을 세심하게 짜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약 석 달가량 시간을 두고 무역적자 원인과 각국의 무역장벽을 비롯해 환율 조작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이 시간 동안 무역 파트너국이 적절한 무역적자 해소책을 가져오면 공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USTR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 준비 절차를 시작하라는 지시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USMCA는 6년마다 협정 이행사항을 검토하게 돼 있는데, 2026년에 첫 시점이 도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올해 안에 이 협정을 대거 뜯어고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재협상을 통해 특히 무역협정의 자동차 관련 조항을 변경해 현재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에 집중하고 있다고 트럼프 최측근들은 언급하고 있다. 한국 ‘트럼프 레이더망’서 빠져 있지만…확대된 무역적자 변수현재까지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 있는 듯 하다. 그는 아직 한국의 무역 관행이 불공정하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그의 최우선 타깃은 멕시코·캐나다·중국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개정했지만, 그 이후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됐다. 물론 이는 한국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면서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스타일상 구체적인 원인보다는 단순히 무역적자 수치에 초점을 잡고 언제든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각국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는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1기 시절 ‘무역차르’로 불렸던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한미FTA 개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만큼, 향후 한국과 무역협정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을 앞세워 국제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 당장 한국이 주요 타깃에서 제외됐다고 해도, 트럼프 스타일을 감안하면 언제든 관세 공세 및 무역협정 개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2025.01.25 06:00

4분 소요
뒷걸음질 칠 순 없습니다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백악관 홈페이지에 실린 문구인데요, 이는 ‘노쇠한 라이언킹’이 아니라 강하고 안전하고 번영한 세계 초강대국의 복귀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세계 안보, 동맹과의 동반성장, 강대국으로서 지는 국제협약 책임 등 세계 리더 국가로서의 역할을 더는 하지 않고 오로지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얘기인데요, 과거 서부 개척 같은 영토 확장에 나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이를 위한 첫 행보로 취임식 날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재탈퇴하는 등 100건에 달하는 행정명령과 각종 조치를 쏟아냈습니다.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대변화와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에 시동을 건 것입니다. 각국은 트럼프발 대격변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동 국가들은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자 외교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유럽연합(EU)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고, 러시아와 이란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밀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국제질서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로 눈을 돌리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최근 계엄·탄핵 정국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서부지법에 대한 테러를 자행한 사건은 충격적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전·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도 폭력 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전 세계에 모범적인 민주 국가로 평가받았으며, 국민들도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계엄·탄핵 사태도 1020세대의 응원봉과 K팝 시위로 선진국의 자부심을 그나마 지켜왔는데, 서부지법 폭동으로 순식간에 후진국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각국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생존과 전진을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을 때, 우리는 뒷걸음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국제질서의 변화에 올라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계 리더들이 속도감 있는 변화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중대한 시기를 맞아 TV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세계 무역 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에서 1대 1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수십 년간 활용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대응책으로 글로벌 경제연대, 해외 투자와 소프트파워 등 대체 모델, 해외 시민 유입 등을 제시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모든 경제주체가 토의와 컨센서스로 속도감 있게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의 말처럼 속도감 있는 변화로 대한민국의 퇴보를 막아야 할 때입니다.

2025.01.25 06:00

2분 소요
영주시, 설 연휴 맞아 소수서원 등 문화시설 무료 개방

여행

경북 영주시는 설날 당일인 1월 29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소수서원과 역사·문화 테마파크 선비촌, 선비세상을 무료로 개방한다. 이와 함께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새해의 빛! 푸른뱀의 해'를 주제로 설날맞이 한마당을 개최한다.먼저, 선비촌 죽계루에서는 새해 액운을 날리는 박깨기 놀이 체험행사와 함께,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새해 떡국을 제공한다. 또한, 명절 분위기를 더할 흥겨운 영주 소백 풍물공연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퓨전 음악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선비세상에서는 정음정의 '자하고' 북 울림을 시작으로 취타대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잔디광장에서는 역동적인 전통 무예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선비정원에서는 신년운세 타로풀이와 한지 위에 소원쓰기 캘리그라피도 체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참여형 뮤지컬, 유명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재해석한 ‘문어대소동’ 놀이 등 생동감 넘치는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소수서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세계유산과 역사·문화테마파크를 연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즐기며, 마음 속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고 행복한 설 명절을 보내시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1.24 15:06

1분 소요
알뜰함에 재미를 더한 '영주 반띵 관광택시' 다시 달린다

여행

경북 영주시는 오는 2월 1일부터 '영주 반띵 관광택시' 운행을 재개한다. 이 서비스는 영주를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들의 이동 편의를 돕는 관광서비스다.영주 반띵 관광택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관광지 소개, 맛집 안내, 사진 촬영 등 여행 가이드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관광객 개별 일정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는 여행의 편리함과 재미를 더해주며, 이용객들로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시는 '반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른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관광택시 요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이용객 부담금은 4시간 코스 4만 5천 원, 6시간 코스 6만 원, 7시간 코스 7만 원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비수기 시즌(2월, 7월, 8월, 12월)에 요금의 10%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해 더욱 알뜰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반띵 관광택시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영주시문화관광 홈페이지, 로이쿠앱, 코레일톡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영주시 관계자는 "영주 반띵 관광택시를 이용 후 여행 후기를 남기거나 만족도 조사에 참여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영주시만의 특별한 기념품 증정할 계획”이라며 “만족스러운 관광택시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이용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1.24 10:42

1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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